비유란 무엇에 무엇을 빗대는 것이다.
-노원호 <여름밤>
바람이 잔잔한 날
징검다리로 놓아진 별을 딛고
반디처럼 반짝반짝 내리는 여름 밤
뒤뜰에 앉아서 별을 헤아리고
둥그렇게 뜬 달로 어머니 얼굴 그리고
마음 이랑에 누워있는 가지가지 생각을 뽑아
고양이 눈처럼 영롱한
꽃잎 만들고
이런 밤 사슴이 된 나는
조였던 가슴을 풀고
끝없는 벌판을 마음껏 달린다
앞의 시는 아름다운 말들로 가득 차 있다. 별들이 징검다리처럼 놓여있다, 고양이 눈처럼 영롱한 꽃잎을 만든다, 사슴처럼 마음을 열고 벌판을 달린다… 비유란 이처럼 무엇을 적당한 무엇에 빗대는 것을 말한다.비유를 하는 것에 적합한 기준은 따로 정해진 것이 없다. 하지만 비유를 하는 것과 비유의 대상이 되는 것 사이에는 그럴듯한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나 혼자만 알아도 소용없고 다른 사람만 알아도 소용없고 나와 다른 사람 사이에 서로 통하는 공감이 있어야 한다. 엄마의 사랑에 대한 비유를 한다고 하자. 우선 엄마의 사랑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한없이 깊고 무한정 넓은 것.. 깊고 넓은 것으로 무엇이 있을까?
바다처럼 넓은 엄마의 사랑
⇒ 여기서 바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 모두를 접어둔 그저 엄마의 사 랑과도 같은 바다일 뿐이다. 주제인 ‘엄마’를 생각하면서 엄마가 주는 관련된 모든 이미지들을 골고루 떠올리며 엄마와 연관시켜 보는 것이다. 그 중에서 가장 적당한 것이 있다고 여겨지면 아하! 비유는 그렇게 시작된다.
바다에 소금기가 몇 퍼센트나 함유되어 있으며 바다에 서식하는 생명체의 수가 얼마가 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바다 속을 흐르는 해류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중요하지 않다.바다라는 존재의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은 비유를 하는 데에 있어 크게 중요하지 않다.
새들의 울음소리를 생각해 보자.새들의 울음소리는 짝을 유혹하는 구애의 한 표현이다.또한 자기 영역을 방어하는 수단인 동시에 의사전달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만일 자신의 영역에 다른 새들이 침범을 하면 강렬하게 울부짖으며 또 짝을 찾지 못했다면 짝을 찾을 때까지 울부짖는 것이다. 짝을 찾는 지빠귀는 무려 하루에 열 시간도 넘게 노래를 불러댄다고 하는 조사가 있다.
새들이 소리를 내는 (노래를 하는/우는) 과학적인 이유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러나 이 새들의 울음소리를 우리가 비유의 재료로 떠올릴 때는 굳이 그러한 과학적인 정답에 꼭 들어맞아야 한다고 하는 생각은 필요가 없다.많은 시인들이 그리고 굳이 시인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영감을 얻고 마음의 평화를 누리며 즐거워하는데 이것이 비유라는 작업을 통해 아름다운 시로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새들의 울음소리가 주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진실은 밝히지 않아도 되며 그저 새의 울음소리로부터 전해 받는 나의 감상과 그 이미지를 아름다운 말로 옮기면 되는 것이다.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노래하는 소녀
⇒ 꾀꼬리가 왜 우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소녀의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표 현이면 충분하다
예를 들어보자.
생김새를 나타내는 비유?
현실 : 똘똘이는 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귀가 크다.
이것을 적당한 말로 비유한다면?
똘똘이 귀는 코끼리 귀만 해
☞ 자세히 크기를 재면 코끼리 귀보다는 훨씬 작다.
그렇지만 코끼리 귀라는
것을 연상하면 똘똘이의
귀가 얼마나 큰지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재의 상황을 나타내는 비유?
현실 : 너무 덥다
머리에 끓는 물을 붓는 것처럼 더워
☞ 뜨거운 물을 진짜 머리에 붓는다면
더운 정도가 아니라 말 그대로
생명을 잃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덥다는 것을 과장되게 말한 것이다.
'글 잘쓰는 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유법 이야기: 비유란 이해를 돕기 위한 수단, 예시 (0) | 2025.01.21 |
---|---|
비유법 이야기: 비유에 속 숨은 뜻, 말 (0) | 2025.01.21 |
비유법 이야기: 색깔 추측과 암시, 예시, 잿빛, 백지장, 희멀건하다 (0) | 2025.01.14 |
비유법 이야기: 색깔 알기, 예시, 사과 빨간색, 달걀 흰색, 흰색 화장지 (0) | 2025.01.14 |
비유법 이야기: 예시, 맛의 표현, 누린내, 비린내, 감칠맛, 맵다, 시다 (0) | 2025.01.14 |